비간의 영화 세계에서 과거, 현재, 미래의 시간 구분은 무용하다. 시간성을 전제하는 각기 다른 공간들 역시 얼마든지 연결되고 병치되며 공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.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적 존재, 혹은 그러한 상태가 비간의 장편 에 정확히 기입되어 있다. 감옥에서 출소한 첸은 조카 웨이웨이를 찾아 카일리를 떠나 전위안으로 향한다. 그 길목에서 그가 당도한 곳은 가상의 천변 마을 당마이. 그곳에서 첸은 과거와 미래 혹은 상상과 꿈의 세계에서 온 듯한 인물들과 조우한다. 이때 카메라는 압도적이고 장대한 롱테이크로 당마이의 시공간을 신나게 오고 가고, 그 사이 인물들과 사건은 마주쳤다 분기하다 다시 만나길 거듭한다. 연속적인 내러티브에의 욕망을 거둬낸 비간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죽음의 세계조차 뛰어넘어 다르게 살고 또 계속 살아 있다. (2021년 26회 부산국제영화제/ 정지혜)